잠김 방지 브레이크(ABS) — 제동 압력을 조절해 급제동 때도 조향을 도운 장치

한눈에 보기
브레이크를 세게 밟았는데도 핸들을 돌린 방향으로 차가 가지 않을 때가 있다. 바퀴의 회전이 멎은 채 타이어가 노면 위를 미끄러지면, 차의 방향을 바꾸는 데 필요한 힘을 얻기 어렵다. 잠김 방지 브레이크(ABS)는 바퀴가 이렇게 잠기기 직전에 제동 압력을 조절하는 장치이다. 미끄러지려는 바퀴가 다시 돌도록 해, 속도를 줄이는 중에도 운전자가 진행 방향을 조절할 여지를 남긴다.
등장하기 전의 세상

자동차에는 오래전부터 바퀴의 회전을 늦추는 브레이크가 있었지만, 젖은 길에서는 페달을 세게 밟는 것만으로 상황을 해결하기 어려웠다. 타이어가 견딜 수 있는 힘을 넘으면 바퀴는 멈추고 차체는 계속 나아간다. 운전자는 압력을 풀었다가 다시 밟으며 바퀴가 구를 틈을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한 발로 여러 바퀴의 상태를 따로 느끼고 조절하기는 어렵다. 그 짧은 판단과 조절을 기계에 맡기는 일이 개발의 출발점이었다.
탄생과 발전

보쉬는 1936년 자동차 바퀴의 잠김을 막는 장치의 특허를 등록했다. 초기 기계식 제어는 바퀴 상태가 바뀌는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웠다. 반도체 전자 장치가 발전하면서 속도 신호를 빠르게 읽고 브레이크 압력을 조절할 길이 열렸다. 보쉬와 메르세데스-벤츠가 협력해 개발한 디지털 제어식 ABS는 1978년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에 도입됐다. 전자 장치와 유압 부품을 함께 쓰는 방식이 양산차에 들어간 것이다.
작동 원리

휠 속도 센서는 바퀴가 얼마나 빠르게 도는지 읽는 부품이다. 제어 장치는 이 신호를 비교해 어느 바퀴가 잠기기 직전인지 판단한다. 그러면 밸브가 브레이크액 통로를 여닫아 그 바퀴의 압력을 유지하거나 낮춘다. 압력이 떨어지면 브레이크 패드가 디스크를 누르는 힘이 줄어 바퀴가 다시 돌 수 있다. 이어 밸브가 압력을 다시 높여 제동력을 회복한다. 이 유지·감소·재가압 과정이 짧은 간격으로 반복된다.
세상을 바꾼 방식
ABS가 바꾼 것은 급제동 중에 운전자가 할 수 있는 일이다. 바퀴가 구르면 타이어가 노면을 옆으로 밀 수 있어 핸들을 돌렸을 때 차가 방향을 바꿀 여지가 생긴다. 그래서 앞의 장애물을 피하면서 속도를 줄이는 동작을 함께 시도할 수 있다. 다만 타이어가 노면을 붙잡는 힘 자체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노면과 타이어 상태에 따라 제동 거리는 달라지며, 바퀴 잠김을 줄이고 조향을 돕는 것이 장치의 핵심 역할이다.
흥미로운 이야기
같은 차에서도 한쪽 바퀴는 마른 포장면에, 다른 쪽은 젖은 노면에 닿을 수 있다. 이때 네 바퀴에 같은 힘을 주더라도 모두 같은 순간에 잠기지는 않는다. 각 바퀴를 따로 제어하는 방식은 먼저 잠기려는 쪽의 압력을 낮추면서 다른 바퀴의 제동력을 활용한다. 제어 장치가 계속 관찰하는 것은 바퀴가 얼마나 빨리 느려지고 다시 도는가이다. 같은 페달 힘 아래에서도 바퀴마다 다른 대응이 필요한 이유이다.
오늘날 남은 영향

오늘날에는 승용차를 넘어 오토바이와 일부 전기자전거에도 ABS가 쓰인다. 전기자전거의 앞바퀴가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작은 센서와 제어 장치가 이를 감지하고 브레이크 압력을 조절한다. 자동차에서는 바퀴 속도를 읽고 개별 제동력을 다루는 기술이 차체 자세 제어 같은 다른 안전 기능에도 이어졌다. 적용하는 탈것과 부품의 크기는 달라졌지만, 바퀴의 움직임을 살펴 제동력을 알맞게 바꾼다는 원리는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