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밥솥 — 밥 짓는 시간을 자동으로 조절한 기계

한눈에 보기
전기밥솥은 쌀과 물을 넣고 스위치를 누르면 가열부터 취사 종료까지 맡는 주방 기계이다. 보통 밥솥 안에서 꺼낼 수 있는 그릇인 내솥에 쌀을 담는다. 바닥의 발열판이 내솥을 데우면 쌀이 물을 흡수하며 익는다. 전기밥솥이 밥이 다 된 것을 알아차리는 원리는 물이 줄어든 뒤 내솥 바닥의 온도가 올라가는 데 있다. 단순한 기계식 밥솥도 이 변화를 스위치를 끄는 신호로 삼는다.
등장하기 전의 세상

자동 전기밥솥이 나오기 전에는 가마솥이나 냄비에 쌀과 물을 넣고 화덕이나 가스 불로 밥을 지었다. 장작을 더 넣거나 불의 세기를 낮추고, 뚜껑 틈에서 나오는 김을 살피며 뜸 들일 때를 가늠했다. 불을 너무 오래 두면 바닥이 타고, 너무 일찍 줄이면 쌀이 덜 익기 쉬웠다. 같은 솥이라도 쌀의 양과 불의 세기에 따라 끓는 시간이 달랐으므로 곁에서 변화를 살피는 일이 중요했다.
탄생과 발전

전기를 열로 바꾸는 것만으로는 밥이 다 됐을 때 스스로 멈출 수 없었다. 일본에서는 도쿄시바우라전기와 협력사 고신샤가 가정에서 밥을 자동으로 짓는 장치를 개발했다. 도쿄시바우라전기는 1955년 자동 전기밥솥 ER-4를 출시했다. 동그란 금속 뚜껑과 손잡이가 달린 몸체에 취사 스위치가 붙은 형태였다. 이 제품이 보여 준 변화는 불을 전기로 바꾸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가열을 끝낼 때까지 기계에 맡긴 것이다.
작동 원리

바닥 발열판을 쓰는 기계식 밥솥은 전기로 발열판을 데워 맞닿은 내솥에 열을 보낸다. 물이 끓는 동안에는 들어온 열의 일부가 물을 수증기로 바꾸는 데 쓰인다. 쌀이 물을 흡수하고 일부가 증발해 바닥에 남은 물이 줄면 내솥 바닥의 온도가 빠르게 올라간다. 자석을 쓰는 한 방식에서는 일정 온도에 이르러 감온 부품이 자석을 붙잡는 힘을 잃는다. 스프링이 풀리며 전기가 흐르는 접점이 벌어지고 강한 취사 가열이 멈춘다. 보온을 지원하는 모델은 이후 더 낮은 온도를 유지한다.
세상을 바꾼 방식
자동으로 가열을 끝낼 수 있게 되자 사람은 밥이 끓는 내내 솥 앞에서 불을 조절할 필요가 줄었다. 쌀을 씻고 물을 맞추는 일은 그대로 남았지만, 취사 버튼을 누른 뒤 반찬을 만들거나 식탁을 차리는 일을 함께 할 수 있게 됐다. 정해 둔 시각에 맞춰 밥을 짓거나 따뜻하게 두는 기능도 더해졌다. 전기밥솥은 밥을 짓는 데 드는 열뿐 아니라 주방에서 사람이 시간을 쓰는 방식도 바꿨다.
흥미로운 이야기
기계식 밥솥이 살피는 것은 쌀알 하나하나의 익은 정도가 아니다. 내솥 바닥 가까이 물이 남아 있는 동안에는 끓는 물이 열을 받아 바닥의 급격한 온도 상승을 늦춘다. 바닥이 드러나기 시작하면 같은 세기로 데워도 온도 변화가 달라진다. 기계식 스위치는 이 차이를 이용한다. 똑같은 시간을 세는 방식과 달리, 취사 중 실제로 일어난 온도 변화를 이용해 가열을 마치는 것이 흥미로운 점이다.
오늘날 남은 영향

오늘날에는 작은 컴퓨터인 마이컴으로 불리기와 뜸 들이기 등 각 단계의 시간과 열을 조절하는 제품도 있다. 유도가열 방식은 전류가 만드는 자기장을 이용해 내솥 자체에 열을 낸다. 압력을 이용하거나 쌀의 종류에 따라 가열 순서를 바꾸는 제품도 쓰인다. 바닥 발열판 하나를 쓰는 단순한 모델도 여전히 같은 일을 한다. 물과 쌀이 익어 가는 과정에 맞춰 필요한 열을 주고 멈춘다는 목표는 이어진다.